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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 바빌루] 소년은 심해의 속삭임을 들었다.

  • 2019.10.25 15:49
  • 조회수442

"우우.. 훌쩍..." 


 위브릴 최대이자 최고의 마탑인 바빌루의 어느 한 구석에 위치한, 수십년 전에 졸업한 한 마법사가 만든 [바닷물을 끌어와서 만든 연못].


 물이 탁한데다가 예쁜 물고기가 있는것도 아니라서 인적이 드문 그 장소에 곱슬거리는 은색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기른 유약하게 생긴, 12살 전후로 보이는 소년 아나티보가 연못을 보면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후후, 내티 넌 정말로 마법사맞니? 이런 하급 저주도 해제 못하면서 정말로 마법사라고?] 


[아나티보 군, 자네는 내가 이 바빌루에서 재직하면서 보았던 최악의 마법사일세, 아니 제대로된 마법도 하나 못쓰니 마력보유자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구만. 그마저도 티끝만큼밖에 없지만]


"훌쩍...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이렇게 태어난것도 아닌데...." 


 아나티보는 위브릴 변경의 어느 가난한 마을 출신으로 미약하게나마 마력을 띄고 있어 마을 전체가 그를 위해 마을에 얼마 없는 재산을 처분하여 바빌루로 진학시켰지만, 아나티보의 마력은 그야말로 [마력을 지니고 있는]수준에 불과했고 머리가 특출난것도 아니였기에 학생들에게는 괴롭힘의 대상이 그리고 연구자나 교수들에게는 쓸모도 없는 낙제생 취급이 되었다.   

 

 오늘만해도 자 위브릴의 귀족가문의 외동딸이자 자기 또래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과 마력을 지닌 소녀 [아카트라 아니마]에게 간지럼 저주에 당해서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괴로운 웃음을 내뱉다가 교수의 제지 덕분에 풀려났지만  그 교수에게는 역대 최악의 학생이라는 말을 듣고 갖은 모욕을 당해야 했다.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것도 아니며 이렇게 어정쩡한 마력을 지닐바에는 차라리 없는게 나았다고 중얼 아나티보는 입술을 꽉 문체 중얼거렸다.


"호오.. 고민이 있나보구나. 아이야."


"핫! 누...누구세요...? 여.. 여기는 무슨일로...?"


"아, 나는 심해의 교단의 대신관 크루티오스라고 한단다. 이번에 디아신스 위브릴의 명으로 이 바빌루를 경비하러 왔지. 그리고 종교 특성상 해수가 필요한데 이 마탑에 있는 유일한 해수가 이 연못이라더구나."


"아.. 그.. 그러시군요.. 후우.... 이 마탑에서 사람이 없는 장소가 여기 뿐이였는데...."


 그렇게 홀로 중얼거리고 있던 아나티보의 등 뒤에서 울리는듯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아나티보가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자 살이 축늘어진체 부풀어오른듯한, 창백한 노인이 빤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에 아나티보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정체를 묻자 노인은 자신을 [심해의 대신관 크루티오스]라고  대답하며 해수를 찾아서 이 연못을 찾아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나티보는 '자신이 유일하게  홀로 쉴 수 있는 장소가 이제 없어졌구나...'라고 안타까워하며 터덜터덜 기숙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야, 잠깐 기다려보거라." 


"예..예? 왜.. 왜그러세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할애비에게 말해보겠느냐? 이래뵈대 성직자, 그정도 일은 해줄수 있단다."

 

"아... 처음보는 사람한테 고민상담은 조금...."


"오히려 처음보는 사람에게 털어놓는게 더 편하단다."


"...음...그럼 조금만...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연못을 떠나는 아나티보의 뒷모습을 보며 크루티오스는 자신의 마음속에 잠들어있던 평범한 사제로써의 자아를 깨우친것인지 그 소년을 불러세우며 고민상담을 해주겠다 말했다.


 이에 아나티보는 처음보는 사람에게 상담을 하는건 좀 아닌것 같다고 중얼거렸으나 크루티오스가 재차 설득하자 거기에 넘어가서 상담을 받기로 했다.


"...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재난이로구나, 없느니만 못한 재능, 그리고 영 맞지않는 환경... 너는 네 고향을 떠나지 말고 농사일이나 했으면 그 티끌만한 마력으로도 충분했을게다."


"우우.. 역시 그렇죠...? 마을 사람들 덕분에 다니고 있는거라서 멋대로 그만둘수도 없고... 계속 다니자니 이런 생활이 끝나질 않고...."


"흐음.. 그래! 그렇다면 신성마법을 배워보겠느냐? 신성마법은 마력이 없는 사람마저도 사용 할 수 있는 신의 은총이란다."


"저.. 정말인가요?!"


"물론이지, 다만 네 믿음이 진실되어야만 하지만 말이다."


  아나티보가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자 크루티오스는 잔인할 정도로 정곡을 찔렀고 이에 은발의 소년은 우울해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비관했다.


 무릎을 모은체 주저앉은 그 소년에게 크루티오스는 문득 [신성마법]을 배워보겠나고 제안했다. 그러자 아나티노는 처음으로 눈을 빛내며 그게 진짜인지 물어보았고 심해의 대신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만 진실된 믿음을 지니고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런 마법을 왜 교수님들은 알려주지 않은걸까요?"


"위브릴인들과 마법사들은 신을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니 자연스레 신성마법을 쓸 수있는 자가 없으니 그런게지. 게다가 쓸 수 있다하더라도 그 효과가 형편없으니 더욱더. 그래서 어떻게... 신성마법을 배워보겠느냐?"


"네!"


"그래... 좋다... 내일 이맘때쯤에 제물을 하나 챙겨올테니 이 연못으로 오거라. 내가 축성을 해줄테니 심해의 신께 기도하면 그분께서 네게 힘을 부여하실게다."


 "헤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뭘, 성직자가 길 잃은 자를 인도하는것은  당연한 일이란다."


 드디어 자신도 마법을 쓸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부푼 아나티보가 문득 '어째서 이런 마법의 존재를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던거지?'라는 의문을 품었고 이에 크루티오스가 위브릴과 마법사들 특유의 신앙경시 풍조를 언급하며 대꾸하고는 신성마법을 배울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아나티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그것을 본 크루티오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일 이 장소에 나오라고 말했고 소년이 기뻐하며 감사를 표하자 성직자로써 당연한 일이였다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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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포인트: 심해의 신은 인간 제물만을 받습니다.

   

#에피소드 #마탑 #바빌루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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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2019.10.26 02:47
    ...........바다근처 가지말아야겠어요(두리번
  • 작성자 2019.10.26 02:38
    @긴린 아마 정령탐색때도 바다였으면 몇명정도 바다에 빠뜨렸을테지요 분명.....
  • 2019.10.26 01:51
    .........같은 팀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요(?)
  • 작성자 2019.10.26 01:49
    @긴린 크루티오스님은 제물을 바칠때가 아니면 의외로 자상하고 친절한 면모를 보인답니다! 문제는 공사구별이 너무 잘되서 심해의 신이 바치라고 하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바로 바다에 던져버리지만요...
  • 2019.10.25 23:46
    죽일줄알고 긴장을했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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