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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찾기/연합]

  • 2019.10.21 11:41
  • 조회수107


시리앙마르의 한 오래된 사원 초입에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이 정도로 큰 소리가 꽤 오랜만이겠지.


"거기까지. 우린 여기서 세우고 걸어들어간다."


"헐~ 우리 오빠 군인같이 말하시네."


"해보고 싶었거든. 호세 넌 안그래?"


말안장에서 내려와 화살을 짊어지던 호세는 테오를 이상한 사람 보듯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형. 어디 좀 모자라요?"


"뭐?"


"작작 싸워라 좀... 잘 키운 딸내미 맘에 안드는 사위한테 시집보내는 기분이야 이해하는데. 그건 안 챙기는 게 좋을 거야. 생각보다 정령들 마음이 약하더라고."


아미르가 순서대로 뒤통수를 한 대씩 치고 지나갔다.


"내가 루나랑 사귄다는 거 들은 호세 카펠로처럼?"


테오도르는 맞장구를 쳤다. 좀 골려줘도 재밌을 거란 말이지.


"빙고."


"뭐가 빙고야? 걘 쟤보다 작잖아요. 형은 나무만하고. 결혼한다고만 해 봐."


호세는 무덤덤한 척 화살을 다시 말에 실었다.


"일주일 뒤라고 루나가 말 안했냐? 에휴. 우리 호세 시대에 뒤떨어져가지고..."


뭐? 무슨 에x오르제아 언약식도 아니고 뭘 그리 급하게 해?


"자꾸 그러면 혼인서약 할 때 반대하는 인간으로 손들어버릴 거니까 처신 잘하시죠."


호세는 테오를 불만 가득한 얼굴로 한참 위를 향해 올려다봤다. 대충 머리 반 개 정도?


"둘이 그렇게 싸우면 신랑 매달기할때 둘이 같이 매달아버린다."


보다 못한 아미르는 나무둥치 위에 올라가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곤 둘의 머리채를 나란히 잡고서 서로 이마를 들이박게 했다.


"저 병이 형신이니까 그렇지! 아니 뭐래."


"형신xx..."



"죄수번호 2223번 전기뱀장어 뭣 좀 해봐라."


셋은 나란히 이끼 낀 오래된 제단에 앉았다. 사이비종교에서 사용하던 곳답게 신묘한 부조가 있었고, 여러 그림들이 양각으로 새겨져있었다.


"집에 가기만 해 봐. 죽여버리겠어 아미르 하센."


"아미르는 알아서 하고, 호세 넌 여기서 뒤질 뻔한 거 살려놨더니 까분다?"


"그 얘기 별로 하고 싶진 않은데요. 굳이 하시겠다면 활 챙겨놓고 화살 안 가져오신 거랑 그래서 준비물 안가져온 학생처럼 제 공깃돌 빌려서 공기놀이 하고계셨다는 얘기 루나 카펠로한테 전해줘도 되는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


"내가 보기에 그냥 둘 다 사람X끼가 아니었는데.  그래서 번개의 정령이라는 게 어디 있는 거야?"


"몰라. 나도 9년 만에 처음 와본단 말이야... 뭐가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한 것도 9년 만이지만. 사람들이 제물로 바칠 거라면서 정작 한 번도 보여주질 않았어."


호세는 아주 드러누워 눈까지 감았다.


"너 약간 정령의 아이 뭐 이런 거니? 아무리 사람X끼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루나가 그런 거면 좀 괜찮을 거 같은데 니가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좀 멍청해보인다."


"네.  저도 형 싫어요."


"아닌데 사랑하는데?"


아미르가 웃겨 죽겠다는 얼굴로 둘에게 손가락질했다.


"너는 그런거 보니까 머리가 막 길지."


"너 조용히 해. 어! 저기!"


아미르가 호세의 멱살을 잡고 흔들다말고 나무 위를 가리켰다.


"미친... 저거 고양이야?"


테오는 감동받은 표정으로 입까지 가리며 나무 위에 고고히 앉아있는 번개의 정령을 보았다.


"미친.... 고양이한테 제물이 될뻔한거야? 고양이보다 못해서 어떡해 호세..."


아미르는 어느새 벌떡 일어난 호세를 놀리듯이 쓰다듬었다. 이내 빠른 속도로 제단에서 내려가 정령이 앉아있는 나무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아미르가 열심히 꼬셔봤지만 정령은 뒤따라온 호세의 품으로 뛰어들어 안겼다.


"너 뭐야? 쪼, 쪼그만 게..."


"넌 어디서 말대꾸야? 감사하다고 해야지."


아미르가 괜히 호세를 한대 쳤다.


"네가 맘에 드나 보다. 비슷해서 그런가?"


"제가 뭐가요? "


테오는 호세의 품에 뻔뻔하게 안긴 정령의 턱을 긁었다. 역시 고양이인가... 골골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름은 나중에 정하고. 얘 되게 귀엽다. 집에 가서 밥 주고 며칠 있다가 연합에 데려다주면 되겠지. 안 그러면 이 귀여운 애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아미르는 다 녹아내린 듯한 표정으로 고양이에게 얼굴을 부볐다. 오늘 저녁은 야채와 사슴고기로 끓인 스프랬던가.



[번개의 정령]


고양이처럼 생겼음

뭐하는 앤지 모르겠음

피X츄임

10여년 전에 생겨났던 신흥 사이비종교에서의 숭배 대상


#에피소드 #정령찾기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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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2 08:07
    이 게시물은 [에피소드]로 판정됩니다.
    곧 #태그를 기준으로 한 분류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며
    "#에피소드"를 게시물에 포함시켜주시면 목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꼭 넣어주세요!
  • 2019.10.21 12:15
    //(크흥 귀여워라... 사람끼리 투닥대는것도 귀엽고 찌릿이도 귀엽고....약간 수달-고양이 혼혈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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