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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당신의 곁에 있어도 될까요? - 9. 가르쳐주세요. 아리엘르 선생님 -

  • 2019.10.20 10:19
  • 조회수133

  “네, ‘아리엘르 드 터일’님, 수속 완료되었습니다.”


접수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길 30분, 젊은 여직원이 다가와 아리엘르에게 증표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아리엘르가 증표를 받아들며 감사를 표했다.


윌리엄이 증표를 흘깃 보더니 물었다.


  “그건 무슨 증표야?”


아리엘르가 증표를 윌리엄에게 펼쳐 보여주며 대답했다.


  “이 증표는 ‘종교인 이동 증명서’예요. 한 종교를 대표하는 자들, 

즉 사제가 자기 구역에서 벗어나 이동할 때 시리앙마르 정부에 보고하면 주는 증표랍니다.”


  “종교인은 이동도 자유롭게 못 하는 거야? 너무하네.”


윌리엄의 볼멘소리를 듣던 아리엘르가 미소를 짓더니, 증표의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단순히 이동을 허가해주는 증명서가 아니에요. 여기 제일 위에 일신교라고 적혀있죠?

여기 종교란에는 시리앙마르 정부가 공식 인정한 종교만이 기재될 수 있답니다.”


  “불인정 된 종교들도 있나 보네...”


  “물론이죠.”


아리엘르가 설명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제 이름이고요, 그 옆의 서명은 제 서명이에요.

그리고 제일 밑의 저 도장은 국가 수장의 날인이죠. 이 증표가 진짜임을 증명해준답니다.”


윌리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래서 이 증표는 무슨 효과가 있는 거야?”


  “이 증표는 제 신분을 증명해줄 뿐 아니라, 시리앙마르의 각종 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윌리엄의 두 눈이 커졌다.


  “아! 감시 목적이 아니라 특전을 주는 거구나!”


  “바로 그거예요!”


아리엘르가 손뼉 치며 즐겁게 웃었다.


  “자,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이왕 헤고아에 온 거, 뭔가 할만한 것이 있을까?”


아리엘르가 아쉬운 듯 힘없이 말했다.


  “오랜만에 온 수도이기에 이것저것 즐겨보면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저희는 케임드웨이브로 가야하니까요...”


그 말을 들은 윌리엄이 조용히 지도를 펼쳐 들었다.


  “여긴 어때?”


윌리엄이 가리킨 곳은 헤고아에서 가까운 산, 자코잔트산이었다.


  “자코잔트산이군요. 시리앙마르에서 신성한 산 또는 치유의 산이라고 부르는 산이에요.

이름에 걸맞게 약초도 많이 있는 산이랍니다.”


  “신성한 산이라... 한 번 구경하러 가지 않을래?”


윌리엄이 말을 덧붙였다.


  “약초 채집할 겸 말이야.”


아리엘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네! 가도록 해요!”


그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윌리엄은 얕은 미소를 지었다.


분명 헤고아에 왔으니 관광 겸으로 놀자고 하면, 착실한 아리엘르는 거절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적절한 이유를 붙여서 당위성을 부여하면 아리엘르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으리라는 짐작이었다.


  “그런데 윌리엄 씨는 약초에 대해 잘 아시나요?”


  “아니, 잘 몰라.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자코잔트 산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기회에 나에게 약초에 대해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이는 아리엘르를 마음 편히 자코잔트산에 가게 하려는 구실이기도 했지만, 

약초에 대해 잘 배워두면 앞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으리라는 진심도 섞여 있었다.


  “기뻐요! 요즘엔 약초학 같은 것은 다들 지루하게 여긴다고 들었거든요.

다들 ‘아프면 의사나 사제가 잘 치료해주겠지.’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하더라고요.”


윌리엄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렌네프’가 최유제라는 것도 알고 있거든.”


아리엘르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쳤다.


  “체중감소 효과도 있죠.”


  “맞아!”


아리엘르가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일반적이지 않은 약초를 아시고 계시네요.”


  “네 어머니께 배웠어. 약초학의 대가이신 것 같더라고.”


  “예, 확실히 어머니께서는 여러 학문에 통달하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 어머니와 최유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만한 일이 있으셨나요?”


윌리엄은 당황했다.


  “아,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건 아니야.”


아리엘르가 윌리엄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저는 그저 윌리엄 씨가 누군가와 결혼을 하셨나 싶었네요.”


윌리엄이 헛웃음을 쳤다.


  “그냥 내가 배가 고파서 아무 풀뿌리나 뜯어 먹고 있으니 아리엘르의 어머니가 말씀해주신 거야.”


아리엘르가 즐겁게 웃었다.


  “그랬군요. 하지만 배고프다고 아무 풀이나 먹다간 큰일 날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해요.”


  “응응, 물론이지.”


자코잔트 산.


시리앙마르의 수도 헤고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으로, 다양한 종교에서 신성한 산으로 여기는 산이다.


근처에 사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풀이 우거져 있으며, 생명의 강이라 불리는 훌트강의 수원지이기도 하다.


치유의 산이라는 이름답게 약초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 전대륙의 의사와 사제들이 꼭 한 번쯤 들르길 원하는 일종의 성지라고 한다.


그렇기에 윌리엄으로선 약초학을 배우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장소에, 뛰어난 약초학 전문가가 함께하니 순식간에 약초를 마스터할 것이라고 자부한 윌리엄의 자신감이 무색하게도 윌리엄의 약초학 지식은 쉽사리 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풀떼기는 아무리 봐도 그 풀이, 그 풀인 듯 보이기 때문이었다.


  “자, 윌리엄 씨, 이 풀은 ‘노스스레크’예요.

보시다시피 잎은 약 6cm가량의 타원형이에요. 색깔은 약간 밝은 편이죠.

작은 잎이 여러 갈래로 난 복엽 식물이고요. 밑을 보시면 하얀 뿌리가 있답니다.”


  “오, 이게 노스스레크구나. 이건 무슨 효능이 있는 거야?”


  “음, 해열제예요. 발모제로도 쓰이고요. 후자는 오일로 만들어서 바르면 된답니다.

다만, 느끼셨겠지만 이 풀은 냄새가 자극적이어서 바르고 다니면 주변 시선이 별로 좋지 않을 거예요.”


윌리엄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사용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아리엘르가 꺄르르 웃더니 윌리엄의 머리를 가만히 응시했다.


윌리엄이 조심스레 물었다.


  “어때? 늙으면 머리가 빠질까?”


아리엘르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뇨, 다행히도 윌리엄 씨는 죽는 날까지 풍성하시겠어요.”


윌리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엘르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자, 그럼 지금까지 대략 다섯 종의 약초를 가르쳐 드렸어요. 그럼 지금부터 실습해볼까요?”


  “실습?”


  “네, 직접 돌아다니면서 채취해보시는 거예요.”


윌리엄이 자신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그러지, 뭐.”


윌리엄은 우선 ‘리브레히치’를 찾기로 했다.


‘리브레히치’는 혈액을 맑게 하고, 저혈압에 효과적인 약초로, 그 섬세한 향으로 인해 향신료로도 애용되는 풀이다.


약초를 찾아 나선 지 10분쯤 되었을까, 윌리엄은 산기슭에서 ‘리브레히치’를 찾아냈다.


윌리엄이 반가워하며 그 풀로 다가가고 있자, 아리엘르가 문득 윌리엄을 불렀다.


  “저, 윌리엄 씨...”


윌리엄이 뒤돌아 아리엘르를 향했다.


  “응?”


  “제가 제대로 가르쳐 드렸었던가요...? 리브레히치 특징이 뭐였었죠?”


윌리엄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뭐야, 아리엘르도 헷갈릴 때가 있구나?”


아리엘르가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인간이니까요.”


  “리브레히치는 향긋한 향이 나고, 30~40cm 길이에, 줄기마다 마디가 있고, 그 마디에 털이 나 있지! 잎은 새 깃털 모양이고 말이야!”


아리엘르가 즐거워하며 작게 손뼉을 쳤다.


  “맞아요! 역시, 윌리엄 씨는 대단하세요!”


윌리엄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곤 다시 리브레히치를 향해 나아가 그 풀을 뜯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윌리엄의 손이 멈칫했다.


  ‘이 풀, 마디에 털이 없어.’


윌리엄은 이내 그 풀이 찾고자 했던 풀이 아니라고 결론을 짓곤 뒤돌아섰다.


  “무슨 일이신가요, 윌리엄 씨.”


  “음, 자세히 보니까 리브레히치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랬군요... 괜찮아요! 여긴 약초가 많으니까 곧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윌리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겠지..?”


아리엘르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럼 좀 더 찾기 쉬운 ‘모이트루산’을 찾아볼까요?”


  “하긴 모이트루산은 알록달록할 테니까...”


윌리엄은 아리엘르의 권유를 받아들여 모이트루산을 먼저 찾기로 했다.


모이트루산을 찾기 시작한 지 십여 분이 지났을까, 윌리엄의 눈에 알록달록한 모이트루산이 들어왔다.


아리엘르가 문득 밝은 목소리로 윌리엄을 불렀다.


  “윌리엄 씨!”


  “응?”


  “심심한데 퀴즈나 한 번 해볼까요?”


윌리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괜찮지만.”


  “그렇다면, 문제입니다. 다음 중 모이트루산의 특징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퀴즈까지 약초 문제구나...”


  “1번 잎맥이 9개로 갈라진다. 2번. 높이가 약 60cm다. 3번. 둥근 잎을 가지고 있다. 4번. 꽃 색깔은 파란색이다. 

맞춰보시겠어요?”


윌리엄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답은 4번이야. 모이트루산의 꽃은 빨간색, 노란색, 그리고 주황색이지.”


아리엘르가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머금은 채 손뼉을 쳤다.


  “정답이에요! 어쩌면 약초학에 재능이 있으실지도 모르겠네요!”


  “에이, 칭찬이 과한걸.”


윌리엄은 쑥스러워하며 모이트루산에 다가갔다.


윌리엄은 모이트루산을 뜯어내는 도중, 문득 그 이파리에 눈이 갔다.


그 풀의 잎은 둥글긴 둥글었으나 끝부분이 뾰족한 형태였다.


윌리엄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뜯은 풀들을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아리엘르가 물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윌리엄 씨?”


윌리엄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건 모이트루산이 아닌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잎이 둥글둥글하지가 않거든.”


아리엘르가 와 하며 감탄했다.


  “그런 것까지 구분 가능하시군요!”


윌리엄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뭐... 이 정도야 기본이지.”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며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윌리엄과 아리엘르도 슬슬 약초 채집을 마치고 하산하기로 했다.


윌리엄이 물었다.


  “아리엘르, 오늘 채집한 약초 보따리 좀 보여줄래? 꽤 만족스럽거든”


아리엘르가 방긋 웃었다.


  “물론이죠. 이 약초들은 윌리엄 씨가 처음으로 직접 채집한 약초들일 테니까요.”


아리엘르가 윌리엄에게 약초 보따리를 넘겼다.


하지만 윌리엄이 받아든 약초 보따리는 윌리엄이 모아 넣었던 것의 반 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윌리엄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약초가 줄어든 것 같지?”


  “앗, 죄송해요. 벌레 먹은 것이나 그런 것들은 제가 빼버렸답니다.”


  “아, 그런 게 많았나 보네.”


아리엘르가 미안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죄송해요. 말없이 제멋대로 해버려서...”


윌리엄이 빙그레 웃었다.


  “괜찮아! 어차피 버려야 하는 거잖아? 일거리를 줄여줘서 고맙지 뭐!”


  “네! 감사해요!”


고개를 끄덕이던 윌리엄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우리 숙소는 어떻게 하지?”


약초 보따리를 정리하던 아리엘르가 고개를 들어 윌리엄을 쳐다보았다.


  “자코잔트 산 근처의 아무 숙소나 가면 되지 않을까요?”


윌리엄은 가격이나 시설의 수준, 안전성 등 숙소를 정할 때 따져야 하는 조건들에 대해 설명했다.


아무래도 남자 혼자면 아무래도 괜찮지만, 여성인 아리엘르가 있으니 여러모로 따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저 때문이라면 감사해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인 것만 있어도 괜찮아요. 당연히 모험이란 그런 것인걸요.”


아리엘르가 얌전히 말했다.


  “하지만 너무 허술한 곳에 가면 도적단에 공격당할 수도 있는걸.”


  “괜찮습니다. 신께서 저희를 지켜주실 거예요.”


아리엘르가 양손을 가슴으로 모았다.


  “가격도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아침에 보셨다시피 제게는 종교인 증표가 있으니까요.

이 시리앙마르 내에서라면 분명 무료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자 윌리엄은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살살 긁으며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그것도 그거지만, 방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역시 방을 두 개 얻어야 할까?”


윌리엄이 말을 마치고 아리엘르를 흘끗 쳐다보았다.


아리엘르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윌리엄을 쳐다보았다.


  “굳이 걱정되시면 한 방으로 해도 괜찮아요. 각 방으로 했다가 제가 걱정된 나머지 잠을 못 주무시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요.”


아리엘르가 말을 덧붙였다.


  “게다가 방을 한 칸만 차지하는 게 숙소 주인 입장에서도 좋을 거예요.

무료로 방을 두 칸이나 차지해버리면 숙소 주인으로선 손해가 막심할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또래의 남녀가 한 방에서 잔다는 것에 대해 아리엘르는 별다른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이는 아리엘르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지극히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단순히 종교적인 순수함 뿐만이 아니라, 윌리엄에 대한 신용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윌리엄은 “어쩌면 내가 이상한 걸지도 몰라.” 하고 중얼거리곤 단호하게 외쳤다.


  “하지만 침대는 따로 쓸 거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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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일러스트가 있는 분들이 부럽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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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StewartPortia, #당신의_곁에_있어도_될까요, #아르노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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