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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브리크리덴 국경의 한 바에서.(에필로그)
- 2019.10.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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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감이 어떠셨나요?”
정신을 차리자 이미 바텐더는 옆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순식간에 그리고 천천히 기자의 몸속을 들어갔다 빠져나갔다. 그녀가 입을 움직이며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환상 속의 낱말들 같았다. 그리고 그런 낱말들이 모여 환상 속의 문장과 환상 속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리 먼 환상 속은 아니었다. 기자의 삶과 가까이 있는 익숙한 환상이었다.
“혹시 제 이야기를 잘못 하신 건 아니겠죠.”
“말했잖아요. 기자님과 저는 닮은 사람이라고. 살아온 삶도 닮았나 봐요.”
“허..”
허무하네요, 라는 말이 입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정적을 시계의 종소리가 채웠다. 마감 시간의 종소리였다.
기자는 서둘러 가방에서 지폐 몇 장과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린 다음 엉거주춤 바를 나왔다. 겨울밤의 공기가 폐로 들어와 몸을 울렸다. 집에 갈 시간이었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는 마차를 잡은 뒤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그대로 바텐더의 과거를 잊어버렸다.
...
“그래도 돈은 내고 가셨네. 이번에도 거스름돈 없이 딱 맞음.”
나는 손님이 놓고 간 두루마리를 집어 먼지를 탈탈 털었다. 그런데 너무 세게 털었나, 두루마리가 갑자기 쫙 펴진 거였다. 두루마리 안쪽에 새겨진 선명한 글자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한다.
아르노셀 연합에 당신을 초청합니다. 로시 마티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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