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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브리크리덴 카리산의 약방편 (진행중)

  • 2019.10.15 21:20
  • 조회수119




‘카리산’으로 향하는 열차. 


비좁은 객실 통로 사이로 짐 꾸러미와 무기가 가득했다. 그 생김새는 각 지역의 대장술과 발견되는 금속에 맞게 다양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지만, 모두 한결같이 날카롭게 연마된 검자루들과 방패는 여행길에 오르는 수많은 영웅들의 결의를 증명하는듯 했다. 


“잠시만요, 조금, 지나갈게요.”


그들의 무장 사이로 좁은 통로를 어렵게 뚫고 지나가는 한 사람. 그의 모습은 열차에 탑승해있는 용병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여러 짐승의 모피로 얼굴까지 덮고 있던 그는 장비를 차고 지나갈 때마다 용병들의 잔소리가 등 너머로 무섭게 날아들어왔다. 


“장사꾼이군.”

“마물들이 전역을 공격하고 있는 마당에 편하게 돈이나 긁어모으고 있다니. 속물이군그래.”


그는 용병들의 험담에 얼굴을 찌푸리며 나아갔다.


“잠시 뒤에 ‘카리산’으로 향하는 열차가 출발합니다. 승객분들은 모두 객실 번호를 확인하신 후에 착석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이 열차는 ‘카리산’으로 향하는 열차이며,,,"

“저기요. 스물 여섯 번째 객실은 어디죠?”


승무원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당연한 것을 모르느냐고 경멸하는 눈짓으로 복도의 끝 쪽을 가리킬 뿐이었다.


“바쁘니까 어서 객실로 향해주세요. 출발하다가 자빠지기라도 하면 곤란해요.”










열차의 출발음이 들리고 나서야 그는 겨우 객실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는 순록의 모피로 몸을 두르고 있는 용병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혹시나 자고 있을 새라, 조용히 짐 꾸러미를 바닥에 내려놓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는 문득 창문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 많은 용병들이 어째서 ‘카리산’으로,,,?”


그의 눈앞으로 천천히 속도를 내며 스쳐 지나가는 ‘나우르’의 전경은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용병들로 인산인해였다. 추운 겨울날, 폭설이 내리는 정거장에서 하얀 입김을 뿜으며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그들은 국경을 넘어 찾아오는 ‘위브릴’의 마물들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전사들이었다. ‘나우르의 굳건한 방패’로 불리던 용맹한 그들이 어째서 ‘카리산’으로 향하는지, 그는 들어본 바가 없었다. 


“장사꾼이군.”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고 있던 그에게 마주 앉아있던 용병이 고개를 숙인 채로 말을 걸어왔다. 목소리를 듣건대, 아직 젊은 용병일 것이다. 바로 그 곁에는 심하게 날이 손상된 숏소드가 밧줄에 감겨 있었다. 수많은 전투를 벌여왔던 것일까. 


“연마재를 비싸게 팔더군. 모두 여행을 떠난다고 너도 나도 몽땅 사가니, 이때다 싶어 가격을 올려버리니까 말이야. 이래서 장사치들은 재수가 없어.”


용병은 그의 시선을 알아채는듯 했다.


“재수가 없으면 베어버리시던가요. 돈이 없으면 도적질이나 하시지요. 그럴 수 있잖아요? 당신 같은 용병들은.”


무척 경계하는 어조로 대답했다. 장사꾼을 그런 편협한 시선으로 깔보는 사람에게 보여줄 호의는 없었다. 그러자 그에게 웃어 보이는 순록 모피의 남자.


“그럴 걸 그랬네. 다들 지갑 사정이 좋다면 말이야. 그래, 당신을 베어버리면 ‘카리산’에서 당분간 호화스럽게 지낼 수 있겠지. 그럴 수 있으니까, 우리 같은 용병들은.”

'옴르단’의 검사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고용하느라 애 좀 썼거든요.”


그가 ‘옴르단’의 이야기를 꺼내자 여태 꿈쩍이지 않던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젊은 목소리에 반해, 무척이나 세월감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옅은 겨울날의 빛이 그의 거친 피부를 더 도드라지게 보여주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지긋이 쳐다보는데, 그 눈빛이 꼭 어린아이가 마법을 처음 목격했을 때의 눈과 같이 호기심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렇다면 베어볼까.”

“당신은 죽을 거예요.”


좁은 객실 안으로 적막이 가득 찼다. 실은 아무렇지 않은 척 꺼낸 얘기였지만, 남자의 호기심이 곧 살기로 변할까 무척 당황하고 있었다. 두꺼운 모피로 얼굴을 가린 터라 티가 나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죽는다면, 보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등에서 땀줄기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와 같이 숏소드가 따라 움직였다. 검의 밧줄을 손목에 묶어놓은듯 했다. 몸을 가까이 숙여오는 남자. 악취가 풍긴다. 오싹한 기운에 몸이 얼어붙은 것인지, 한겨울의 한기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무기는 객실 구석의 배낭 안에 있었기 때문에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거짓말이에요.”


남자는 가까이 숙인 채로 행동을 멈추었다.


'오르단’의 검사 얘기는 거짓말이었어요. 큰돈을 주고 고용할 만큼 저희 가게는 풍요롭지 않아요.”

“확인해보면 돼.”

“저희는 ‘카리산’의 약재시장에서 작은 약방을 해요. 용병이 필요하지도 않고, 돈도 없어요.”

“그건 이미 알고 있어. 너한테 약재 향기가 나거든.”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좌석에 검을 내려놓더니 풀썩, 하고 도로 앉았다. 그제서야 몸에 잔뜩 긴장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상대가 물러감에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이 앞의 남자가 ‘옴르단’의 검사에게 크게 반응했다는 것을 일찍 알아챘기 때문에 겨우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우르의 굳건한 방패'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이렇게 다른 것이었던 걸까. 


'나우르’의 용병이라고 아무나 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그리고 검을 지니고 있는 자 모두 용병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처음부터 널 베거나 할 생각은 없었어.”


그렇게 말하고서는 헝겊으로 똘똘 말은 것을 품 안에서 꺼내는 남자. 도마뱀 꼬리를 바짝 말린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약방의 노인이 입에 물고 즐겨 태우던 것이었다. 남자도 마찬가지로 작은 도마뱀 꼬리를 입에 물고 태우며 이어서 말했다.


“세상을 돌아다니지 않으니 멍청할 수밖에. 장사꾼들 하나같이 얼이 빠진 것이 꼭, 자식 찾는 오우거 같군그래.”

“오우거는 생식 활동을 하지 않아요. 검만 휘두를 줄 아니까 그런 건 모르겠죠.”


연기를 뿜으며 크게 소리 내어 웃는 남자. 


“당돌하군. 웬만한 용병들보다 재미있어. ‘코라’의 용병들과 상인들 중에는 너처럼 기세 좋은 녀석들이 없지. 나우르의 굳건한 방패’라는 세간의 유명세가 그들을 오만하게 만들어버렸으니까.”


편안하게 자신을 대하기 시작한 남자의 태도였을까, 그도 모르게 경계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당신은 ‘코라’에서 온 용병이군요. 대륙 최대의 철광산이 있는 마을이라고 들었어요.”

“원래 장사꾼들은 뭐든 알고 있는 듯 말하는 게 취미인가?”

“그쪽도 마찬가지지만.”

“한 마디도 지지 않는군.”


도마뱀 꼬리를 다 태운 남자는 작은 쇠 통을 꺼내들어 물을 마셨다. 


“당신은 대륙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재료상이겠군. 혼자서 돌아다니다 보면 죽을 일도 많겠어. 용병을 사는 건 어때.”

“그런 무딘 검을 들고 다니는 용병을 사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 그러셔. 서러워서 돈이나 벌어야겠군. 장사치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말이야.”


남자는 질린 듯 순록 모피를 다시 뒤집어쓰고 고개를 숙여 말했다.


'카리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창밖이나 보며 여유 부리지 말고 눈 붙이는 게 좋아, 아가씨.


그때 막 매서운 ‘나우르’의 북동지역 눈발을 뚫고 나아가던 열차 바깥의 풍경이  국경을 넘어, 생명의 나라, '케임드웨이브'의 녹음 진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 잊혀지지 않은 이야기, 브리크리덴 카리산의 약방 편 1화 끝 ~

* 계속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2019.10.16~









후기

* 공모전에 여러 작품 응모가 가능한 지 모르겠어서 이 게시글에 다음 편을 추가 업로드할 생각입니다. 

* 많은 분들께서 너무 매력있는 설정들을 재밌게 만들고 계시는 것 같아, 저도 함께 하고픈 마음에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 이번 편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브리크리덴의 중심상업지역인 '카리산'이라는 지역에 물약상점이 등장하니까요, 많은 분들께서 모험 중에 다치시거나 치료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찾아와주세요!


#공모전 #디아르노셀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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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019.10.1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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