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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브리) 믿을 만한 사람

  • 2019.10.12 16:54
  • 조회수166

[너도 이제 혼처를 알아 봐야 하지 않겠니. 부디 가문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오브리 모레스는 어제 숙모에게 들은 제안 아닌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말이 나왔으니 얼마 뒤면 약혼자랍시고 놈팡이같은 놈을 데려다 놓을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누구도 가주의 약혼자를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었다. 물론 지금 같이 '뭣 모르는 어린아이'가 가주가 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아닐 때의 이야기이다.


다들 이야기하곤 했다. 모레스 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가주가 되었으니 앞날이 걱정된다고. 오브리는 미소 지었다. 때로는 어른들이 더 멍청하다는 걸, 그녀는 잘 알았다.




"어이, 친구.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 용건 없이 날 찾을 리는 없을 테고."




또렷하게 들려 오는 목소리에 오브리의 상념이 끊겼다.


목소리의 주인공인 알렉 스와일든은 오브리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기 전부터 끈질기게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따금 찌푸리는 눈썹, 말할 듯 말 듯 살짝 벌렸다가 이내 꾹 다무는 입술.


알렉은 오브리와 가까이 지내는 거의 유일한 사람으로서 그녀를 잘 아는 편이었다. 그런 그가 오브리의 상태를 눈치채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침내 오브리의 눈길이 알렉에게 향했다.


정원에 내리 쬐는 햇살이 소년의 더벅머리 위에 내려 앉았다. 금발과 햇살의 조화가 퍽 어울렸다.







"알렉. 누가 들으면 내가 널 싫어하는 줄 알겠어."


"용건 있을 때만 찾아오는 건 맞잖아."


"그렇지도 않아."




알렉이 입을 비죽였다.




"그러시겠지. 그래서 용건은?"


"별건 아니야.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지."


"혹시 모를 일?"




오브리는 말을 고르기 위해 차를 한 모금 물었다. 말간 홍차에 그녀의 건조한 눈동자가 비쳤다.




"약혼하게 될 것 같거든."




난데없는 폭탄 선언과 함께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어렸다.




"……약호온?"


"그래."


"헐."




알렉이 얼굴을 굳혔다. 권세 있는 가문에서 어른이 아이의 혼처를 미리 정해 놓는 경우는 흔했다. 하지만 현재 모레스가에는 오브리의 혼처를 정해 줄 어른이 없다. 누가 멋대로 가주의 혼사를 정한단 말인가.




"네가 원한 거 아니지."


"응."


"어떻게 할 거야?"




오브리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대답했다.




"괜찮은 변명을 생각해서 막아 내거나, 그게 안 통하면 약혼자로 좀 더 나은 사람을 골라야겠지. 어차피 결혼도 아니고 약혼이잖아. 나에게 방해되지 않을 사람이면 충분해."


"쉽지 않을 텐데. 너희 숙모님 생각하면……."




알렉은 언젠가 사교 모임에서 마주친 타니아 모레스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르고 우울한 인상의 여자였다. 치장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지 늘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다녔는데, 제 자식들 만큼은 화려한 공작 수컷처럼 꾸며 놓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검소하고 독실한 신자로 생각했다.


타니아의 삭막한 얼굴에 생기가 돌 때는 주로 오브리 모레스가 대화 주제로 오를 때였다. 그러나 그조차도 생기라기보다 독기라고 하는 것이 정확했다.




"약혼 상대 바꾸는 것쯤은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네 도움이 필요한 거고."


"내가 여기서 뭘 도울 수 있는지 짐작이 안 간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데?"




모레스 가의 혼사와 스와일든 가 삼남의 관계성이란 눈 씻고 찾아 보려고 해도 없었다. 약혼 상대라도 되어 달라는 건가? 알렉이 고개를 갸웃했다.




"알렉에게 피해 갈 일은 없을 거야.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 준다면 그 뒤는 내가 알아서 할게."


"……."




살다살다 오브리 모레스에게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듣다니. 알렉은 제 볼을 꼬집었다.


아프다. 아무래도 현실인가 보다.




"아니야.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방금 그 말 너랑 진짜 안 어울리니까 우리 같이 괜찮은 변명을 생각해 보자."


"아까 너도 쉽지 않을 거라고……."


"아니라고."




결국 그날 오브리는 알렉과 함께 약혼을 무산시킬 좋은 방법을 찾느라 해가 지기 전까지 스와일든 가 정원에 갇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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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리의 친구 알렉 스와일든에 대해 적어 봤어요ㅋㅋ

오브리랑 세 살 차이니까 19살이에요. 오브리가 9살 때 만난 소꿉친구입니다!


#아르노셀글 #일상 #오브리 #아르노셀그림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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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작성자 2019.10.13 07:09
    @긴린 전 괜찮이요. 진정해요. (곤란한 웃음)
  • 2019.10.12 22:37
    역시 숙모를 죽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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