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공모전] 당신의 곁에 있어도 될까요? - 4. 고마워요. -
- 2019.10.0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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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밤공기가 차다.
하늘의 무수한 푸른 별들이 찬 바람과 더불어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풀벌레 소리가 지표면 가까이에 펼쳐진 밤안개에 묻혀 뭉그러진다.
스산한 밤바람이 갑옷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밤의 고독과 추위가 먹이를 찾아 주위를 맴돌았지만,
등 뒤에서 전해져오는 따스함과 규칙적인 심장 박동,
그리고 목덜미로 불어오는 관능적이고, 촉촉한 숨결은 윌리엄의 생을 향한 의지를 타오르게 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윌리엄의 앞에 달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강이 나타났다.
링크강이었다.
윌리엄은 강가에 앤을 내려놓고, 모닥불을 피웠다.
강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 부드럽게 흔들리는 불을 보며 윌리엄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앤을 그녀의 가족들로부터 구해낸 것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그녀를 구함으로써 윌리엄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참혹했다.
첫째, 여행 자금이 바닥난 것이다.
윌리엄은 집을 나설 때 자신이 저금해온 비상금 1,000두카트에, 알렉시아로부터 빌린 200두카트, 그렇게 총 1,200두카트를 챙겨
왔었다.
그런데 클라호를 건널 때 뱃삯으로 5두카트를 쓰고, 앤을 구할 때 1,150두카트를 써, 이제 윌리엄에게 남은 돈은 45두카트뿐이었다.
둘째, 이젠 말수레도 없어서 쉽고 빠르게 브릭까지 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요약하자면, 윌리엄은 이 이상, 여행을 진행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윌리엄은 자기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한숨만 쉰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윌리엄은 지도와 펜을 꺼내 앞으로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분쯤 지났을까,
지도와 싸우는 윌리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윌리엄은 무력감에, 격하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분노를 담아 펜을 집어 던지려는 찰나,
앤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앤은 아주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모닥불의 따뜻한 색감 때문인지 앤의 표정은 마치 종교화 속의 인물처럼 부드럽고,
자애로워 보였으며, 더 나아가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 난 잘한 거야.”
윌리엄은 펜을 던지려 들어 올렸던 팔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앤에게 천천히 다가가, 자고 있는 앤의 뺨을 어루만졌다.
윌리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계속해볼까!”
윌리엄은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펜을 들고 지도와 싸우기 시작했다.
동이 트고, 앤은 눈을 떴다.
앤의 눈앞에는 앉은 채로 잠들어있는 윌리엄이 있었다.
잠든 윌리엄의 앞에는 글자가 빼곡히 적혀있는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앤은 그 지도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지도에 적혀있는 것은 현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이었다.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던 앤은 자금란을 읽곤 충격을 받아 한두 걸음 뒷걸음질 쳤다.
윌리엄이 자신 때문에 파산 직전이라는 내용이었다.
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 지도의 메모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고 나서 지난 밤을 회상했다.
사실, 앤은 어젯밤 잠들어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의 가족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현관문 종소리에 깨어났었다.
앤은 윌리엄이 자신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것을 보며
다들 자신이 자는 줄 알 테니 자신에 대한 진심을 말하지 않을까 싶어 거실 밖에 숨어서 엿듣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온 말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앤은 가족들이 자신을 귀여워 해주지 않는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가족들에게 자신은 그저 하나의 소모품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앤은 배신감과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더 듣고 있기 힘들어 방으로 도망치려 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윌리엄이 자신의 가족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워가면서까지 자기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예상치 못한 전개에, 앤은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윌리엄이 자신의 오빠에게 맞아가면서까지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끝내는 자기를 사면서까지 구해주려 하는 것을 보곤 앤은 결국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다.
앤은 거래를 마친 윌리엄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을 알고 재빨리 방으로 돌아가 자는 척을 했다.
방으로 찾아온 윌리엄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등에 자신을 업고 현재 위치까지 왔다.
그 후, 앤은 윌리엄이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끼며 그제야 잠들었었다.
그때까지도, 앤은 윌리엄이 돈이 많아서 자신을 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윌리엄이 파산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자기를 위해 돈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자 미안함과 함께 감동이 북받쳐 올라왔다.
앤은 윌리엄에게 무언가 보답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앤은 더는 말도 없고, 수레도 없었으며, 가진 돈조차 한 푼도 없었다.
앤은 눈을 감고 잠시 고민한 뒤, 비장한 표정으로 윌리엄에게 다가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그의 차가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얼마 후, 윌리엄이 눈을 떴다.
윌리엄은 해가 이미 환하게 뜬 것을 보곤 후닥닥 출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앤이 말을 걸었다.
“일어나셨군요. 윌리엄 씨”
“아, 미안. 늦잠 자버렸어.”
앤이 조용히 웃었다.
“괜찮아요. 저도 잘 안 일어나고 그랬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윌리엄은 문득 왜 앤의 집이 아니라 바깥인지를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일어나 보니 집이 아니라 바깥이어서 놀라지 않았어?”
앤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대답했다.
“그렇네요. 납치라도 하신 건가요?”
윌리엄은 당황하며 손을 급하게 가로저었다.
“아니아니, 그냥 어... 앤의 부모님께 어... 데려간다고 말하고 데려온 거야!”
확실히 거짓말은 아니다.
하지만 앤은 윌리엄이 애써 상처받지 않게끔 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가볍게 웃었다.
“데려갈게요! 하니까 데려가라고 하시던가요?”
“어.. 그런 셈이지...”
앤이 장난기 있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럼 전 윌리엄 씨의 무엇인가요?”
“소중한 친구지.”
“친구...군요.”
“그래, 맞아.”
“짐꾼이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앤이 말을 이었다.
“그럼, 오늘은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까요?”
윌리엄이 대답했다.
“우리는 링크강을 따라 배를 타고 브릭으로 갈 거야!
그게 제일 빠르면서, 가격이 싸거든!”
“좋아요! 따라가겠어요.”
“그리고, 브릭에 가면 우리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에 갈 거야.
그리고 그분들께 너를 소개할 거고.”
앤이 놀라며 물었다.
“저를 소개한다고요?”
“응, 친구로서 소개하면 거기서 머무를 수 있게 되거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되거나 등등...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앤의 눈이 커졌다.
“머무르거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고요?!”
“그래!”
“그건 정말 대단하네요...! 감사해요!”
앤이 윌리엄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누군가를 완전히 신뢰했을 때에야 보일 수 있을 그런 미소였다.
윌리엄이 물었다.
“뱃삯이 얼마나 됩니까?”
뱃사공이 대답했다.
“인원과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오.”
“둘이서 브릭까지 가고자 합니다.”
뱃사공이 놀랐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농담 마시게, 젊은이!”
“그렇게 비싼가요?”
“브릭까지 가려면 1인당 560두카트네!”
상상도 못 한 액수에 윌리엄이 소리를 질렀다.
“네?!”
뱃사공이 껄껄 웃었다.
“아무래도 강의 길이를 얕본 모양이로구먼.”
윌리엄이 실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비쌀 줄은 몰랐습니다...”
앤이 물었다.
“저, 할아버지, 좀 더 싸게 갈 방법은 없을까요?”
뱃사공이 앤을 흘깃 보고 대답했다.
“싸게 가는 법이 있기야 하지. 단돈 100두카트면 배 대여가 가능할 걸세.”
윌리엄이 한숨을 쉬었다.
뱃사공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얼마를 가지고 있는 겐가, 젊은이?”
“45두카트뿐입니다.”
“떼잉, 쯧쯧, 그걸로는 한참 모자라네.”
윌리엄이 앤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걸어가는 수밖에...”
앤이 대답했다.
“괜찮아요. 걷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재미보다는, 걸어가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테니까..”
“전 정말 괜찮아요.”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뱃사공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혹시, 자네들 커플 여행인가? 만약 그렇다면 45두카트에 배를 빌려주겠네.”
“커플 여행!”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이에 뱃사공이 실망한 듯 말했다.
“음, 그 반응을 보면 아닌가 보구먼.”
그 순간, 윌리엄의 머리에 한 가지 꾀가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차피 앤은 돈 주고 샀으니 어떤 취급을 해도 괜찮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잠깐 애인 역할을 하기로 하면 되지 않는가.
같은 순간, 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고 있긴 하지만 어차피 팔린 입장이니 애인 역할도 맡을 수 있지 않나?
윌리엄이 말했다.
“아! 커플 여행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기에 기뻤습니다.”
뱃사공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흠, 정말인가?”
윌리엄의 생각을 눈치챈 앤이 윌리엄에게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제가 윌리엄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막 아침마다 제가 아양도 떤답니다. 그렇죠? 윌리엄 씨?”
윌리엄이 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어휴, 맞아요! 앤이 제게 얼마나 소중한데요!”
뱃사공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좋소, 그렇다면 45두카트에 배를 빌려주겠네.
배는 아무 선착장에나 매두면 되네!”
윌리엄이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링크강은 과연 뱃사공이 커플 여행을 운운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아름다운 강이었다.
강이 맑은 것도, 맑은 것이었지만, 강물을 따라 내려가며 변하는 주변 풍경이 예술적이었다.
처음엔 양옆으로 우거진 나무와 수풀 사이로 유유히 흘러갔다.
이는 마치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처럼 신비한 느낌을 주었는데, 수풀의 새 소리가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진하게 했다.
수풀이 우거진 첫 구역을 넘자, 수면 아래에서부터 올라온 키가 큰 나무들이 이곳저곳에 자라 있었다.
키가 큰 나무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키가 큰 나무의 구역을 넘자,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길게 조성되어있는 마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탄 배가 지나가자 강변에서 놀고 있던 꼬마 아이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소리 질러 인사를 해왔다.
마을들은 아무 걱정도, 문제도 없을 듯 평화로워 보였다.
이와 같은 풍경은 꽤 오랫동안 유지되었기에 그들은 노 젓기를 쉬고 유유히 강물을 따라 흘러가며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니 마을의 크기가 전보다 커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탄 배는 이제 중소형 다리 밑으로 통과하기도 하였다.
강변과 다리 위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활기차게 떠들고 있었다.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자, 이제 슬슬 배 주변으로 다른 배들이 돌아다니곤 했다.
강변의 건물들도 더 웅장해졌으며, 넓은 공원들이 조성되어있었다.
다리의 높이도 더 높아졌으며, 디자인도 더욱 세련되게 바뀌었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자 거대한 함선들이 이곳저곳에 매여 있었으며,
저 멀리 거대한 성벽과 건물들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최종 목적지인 브릭항에서는 웅장한 전함과 거대한 건물들, 강변과 해변에 보이는 많은 사람,
그리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이곳이 아르노셀 대륙의 최강 제국 브리크리덴의 수도임을 내세우고 있었다.
오랜 항해로,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고, 석양은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했다.
윌리엄은 브릭항의 한구석에 배를 매었다.
“정말 고생 많았어, 앤.”
앤이 미소를 지었다.
“윌리엄 씨야말로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저야 계속 구경만 했지, 노를 저은 건 윌리엄 씨였잖아요?”
윌리엄이 웃으며 답했다.
“그래도 중간중간 많이 쉬었으니까 괜찮아!”
앤은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놀라워하며 말했다.
“우리 무려 10시간이나 항해했어요!”
“엑! 하긴 벌써 해도 지고 있고...”
“과연... 이래서 비싼 거였군요...”
“그러게...”
윌리엄과 앤은 부두에서 저 멀리 하늘이 붉어지고 이내 어둠에 묻히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느덧 해가 지고, 푸른 달만이 세상에 그 빛을 흩뿌렸다.
앤이 고개를 돌려 윌리엄을 보았다.
윌리엄은 부두의 계선주에 앉아 이미 해가 사라진 수평선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앤은 조용히 윌리엄을 지켜보았다.
윌리엄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휘날렸다.
앤이 조용히 말했다.
“마치 데이트 같았네요.”
윌리엄이 대답했다.
“그렇네. 재미있었어.”
다시 둘 사이엔 침묵이 찾아왔다.
앤은 윌리엄의 등 뒤로 조용히 걸어갔다.
“윌리엄 씨”
작지만 진지한 목소리였다.
윌리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윌리엄은 고향의 여동생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앤은 윌리엄을 저토록 진지하게 만드는 존재인 벨이 대체 어떤 아이인지 궁금해졌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윌리엄이란 사람은 여동생을 생각하고 있을 때면 말이 없어지고 진지해졌었다.
그건 상상 속 여동생의 모습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신의 뜻을 찾고 있는 구도자로서의 태도일까.
앤이 벨에 대해 궁금해진 것은 비단 윌리엄의 여동생에 대한 자세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은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가족, 그리고 남매간의 사랑, 그것을 충분히,
아니 넘치도록 받으며 살아온 사람에 대한 흠모이자 동경, 그리고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것도 그것이지만 앤은 바로 지금이야말로 윌리엄과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앤은 윌리엄의 등 뒤에서 허리를 숙여 윌리엄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윌리엄 씨.”
윌리엄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돌려 앤을 보았다.
“한참 고민 중에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말하고 싶었어요.
고마워요.”
앤이 잠깐의 침묵 후 말을 이었다.
“만약 윌리엄 씨가 저에게 와주지 않았다면, 전 지금도 말수레를 타고 초원을 누비고 있었겠죠.
가족의 원망과 무관심에서도 벗어날 수 없었을 거예요. 윌리엄 씨 덕분에 지금 전 완전히 새로 태어날 수 있었어요.
그래요. 지금 제 인생에서, 이 세계에서 저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은 바로 윌리엄 씨, 당신이에요. 감사해요.”
윌리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윌리엄이 입을 열었다.
“앤, 네가 없었다면 난 아직도 바이트 평야를 걷고 있었겠지. 그리고 매일 너무 느린 나 자신에게 분노하고, 혹 너무 늦어 여동생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고 있었을 거야. 내가 지금 브릭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앤이 있어 줬기 때문이야.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앤.”
앤은 지금껏 들을 수 없었던 감사의 인사에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섣불리 대답하려 했다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앤은 대답 대신으로 윌리엄을 더욱 강하게 안았다.
윌리엄 씨라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현재 기분을 알아주리라는 믿음으로...
먼바다로부터 찬 바람이 불어왔다.
윌리엄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자, 이제 내일을 위해 쉬도록 하자.”
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윌리엄 그리고 앤은 달빛을 받으며 그들의 숙소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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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관련 설정입니다.
이번 4장에서 윌리엄과 앤은 무려 10시간 정도나 항해했습니다.
왜 그렇게 오래 항해를 하게 된 걸까요?
이번 화에서 주인공 일행이 타고 내려간 강은 링크강입니다.
그리고 링크강은 길이가 약 560km인 강입니다.
링크강의 유속은 7.56km/h이며,
윌리엄이 노 젓는 배는 약 시속 50km입니다.
(조사해보니 노젓는 배 대회 나가는 사람들 속도가 약 시속 48~64km 정도 되는 듯 하더라구요.)
이 때, 윌리엄은 링크강이 흐르는 방향대로 내려 갔기에
약 시속 58km 입니다.
560km의 강을 시속 58km로 갔는데 중간중간 밥을 먹는다든가, 그냥 노 안 젓고 물 흐르는 속도대로 흘러갔다든가 하는 부분들 때문에 10시간이 걸리고 만 것입니다.
안 쉬고 계속 저었으면 9.65시간 걸렸겠네요.
모든 강을 다 적긴 뭐하니,
아르노셀에서 가장 긴 강을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밀시강입니다!
무려 브리크리덴, 시리앙마르, 케임드웨이브 3개국을 통과하는 긴 강입니다.
그 길이는 무려 약 1,508km!
(현실의 강이랑 비교하면 딱히 긴 강은 아니긴 합니다만...
ex. 아마존강 : 약 7,000km, 다뉴브강 : 약 2,860km, 나일강 : 약 6,671km....)
좋아요와 댓글 감사드려요!
p.s.
2장인가 올릴 때는 자동으로 줄 간격이 다 떨어졌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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