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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히든스토리]여행길 도중의 행운-미루에티와 물의 정령
- 2019.10.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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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나우르에서 케임드웨이브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브리크리덴 국경까지 이동해, 브리크리덴 남부 가도를 타고 케임드웨이브 방향으로 가는 것, 그리고 나우르 서부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케임드웨이브 동안까지 이동하는 것. 나는 제국 수도를 경유해야 했기 때문에, 이전, 그때의 브리크리덴 가도 종착점에서 브리크리덴 팔방가도를 타고 수도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 아르노셀 광장에서 인연과 조우할 수 있었다.
'케임드웨이브 호수에서 물의 정령 여왕과 대면하기-원정대 모집'
시리앙마르의 고위 기사, 셰린느가 지휘하는 소규모 원정대였는데. 왜일까. 마음이 끌렸다.
"국장님, 저 연차 남은 것 좀 땡겨 쓸게요! 이틀 정도만요!"
내무부 사무실로 달려가 엘크룬 국장님께 마지막 보고를, 휴가 사용으로 올리게 되었다. 원래 이 이틀의 휴가는 케임드웨이브에서 하는 동계 축제를 위해 남겨 놓은 것이었는데, 아깝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카드 S. 리테라, 원정대 신청하겠습니다."
그날 오후, 원정대가 출발했다. 열몇 명 정도의 인원이었고, 국적도, 종족도, 나이도 다양한 분들이었다.
어느 한 명이 자신의 출신이 케임드웨이브라며, 각자의 출신을 물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꽃이 피었다.
케임드웨이브가 고향인 사람도, 나우르 출신도, 브리크리덴 사람도 있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과거 이야기를 막 이야기할 때쯤, 거의 다 왔다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얼마 뒤, 마차는 케임드웨이브 중북부의 거대한 호수 앞에서 멈추었다. 호수의 북쪽 끝에서, 지평선까지 물이 끝없이 있었다. 마치 바다처럼 보일 만큼.
"모두 내려서 호수 탐색을 실시한다! 물의 정령을 찾아야 한다. 물의 정령을 놀라지 않게 하도록!"
지휘관의 말에, 모두는 내려서 두런두런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찰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바람을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주변을 둘러봤다. 풀과 나무를 만져보고, 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던 와중.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뀨뀨? 므으으..."
모두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지휘관인 셰린느 님은 소리의 근원을 샅샅이 수색하라고 크게 말했다.
"어두워... 하나도 보이지 않는걸?"
"음, 여기 버섯이나 나무 같은 데 숨어있나? 하, 주변을 다 얼려버리면 한눈에 보일 텐데 말야."
무서운 소리를 하는 사람... 아니 엘프구나. 엘프도 있었다.
"다 같이 조용히 하고 소리를 다시 한번 들어보는 것 어때?"
그렇게 말한 사람도 있었지만, 각자행동에 금세 파묻혔다.
호수 주변을 어슬렁거리거나, 눈을 감고 소리가 나는 곳을 다시 찾아보기도 하고, 돌멩이를 들추고 나무 옹이에 가까이 다가가 보고, 호숫물에 손을 넣어 찰방이는 이도 있었다.
"그 정령, 예쁘면 함 꼬셔볼까?"
의미 없는 말을 지껄이고,
"비슷한 소리를.. 뀨우우, 뀨우 . 므으..."
아까 정령이 낸 소리를 어설프게 따라해보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 수십 분 동안 이어지자, 셰린느 님은 살짝 조급해하시는 것 같았다.
"가까운 곳 부터 보는 게 어떨까?
어슬렁, 부스럭부스럭, 찰방찰방, 팍팍...
시력향상 마법을 써 보는 마법사가 있는가 하면, 눈물을 짜내 보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아무도 내 말은 귀담아 듣지 않았던거냐!"
내가 셰린느 님 쪽을 살짝 보던 찰나, 그쪽에 빛이 비쳤다.
그러자 들고 있던 종이의 흰 부분에서 반짝, 하는 반사가 일었고, 나는 그쪽으로 달려가, 종이를 보았다.
연하디 연한 글씨로, *셰린느 님 신발 아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녀가 쓴 건 아닌 듯, 종이를 휙 채간 나를 보며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드디어 깨닫고, 외쳤다.
"셰린느 님! 발 좀 들어보세요! 빨리!"
그러자, 물방울 모양을 한 정령이 휙 날아올랐다.
"뀨.. 므므... 아프다 뀨."
"이놈, 여기 숨어있었냐!"
'아니, 대장님은 자신 발 밑의 있는 것도 인식을 못해요?"
어느 한 사람이 민망해하며 약한 한숨을 내뱉자, 그분도 살짝 민망해하며 말했다.
"내가, 눈이 좀 어둡다. 미안하다..."
정령은 인파에 둘러싸인 채로 몇 마디를 더 했다.
"당신들은 누구. 므므... 뀨."
"날 죽일거냐... 므 뀨..."
한 명이 대차게 말하길,
"너희들의 여왕을 찾으러 왔다. 어디 있는지 아나?"
"여왕...너희들도 우릴 죽이러 온 거구나. 므므..."
그러면서 움찔움찔하며 도망가려 하자, 다들 마음이 급해져서인지 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아니에요. 그분을 만나서 해야 하는 일이..."
정령은 아직도 믿지 못하는 눈치로, 그렇다면 가장 순수한 한 명이 나오라는 말을 끝으로 조용해졌다.
"가장 순수한 사람?"
나는 나에 대해 빠르게 성찰하고, 빠르게 물러났다.
"저는 물욕 있고 명예욕 있고.. 하여튼 순수하다고는 못하니 빠지겠습니다."
또 다른 여럿이,
"음... 난 확실히 아닐 거야."
"여기 중에 순수한 사람이 있기는 해?"
"순수하다라..."
하면서 다들 고개를 돌렸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여론이 셰린느 님한테 몰렸고, 그녀는 허겁지겁 말했다.
"출격하라, 아미르하센!"
"에, 저요?"
그러자 물의 정령은, 뒤로 살짝 물러나며 말했다.
"오지마..뀨.. 문제를 하나 내겠다.. 문제를 맞춘다면 너희를 반정도 믿겠다 므... 다른 사람은 대답할 수 없다 뀨.."
다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자, 정령은 황급하게 문제를 냈다.
"자 간다 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무엇이냐... 뀨??"
나는 생각했다.
'이건 다른 의미로 어렵네. 저 정령이 뭘 원하는 걸까?"
잠시 후, 아미르는 이렇게 내밷었다.
"자, 봐봐. 아미르가 하나 있고 대장님이 하나 있어. 이 두 사람이 같이 서면 둘이지. 그러니까 답도 둘이야.아니면 좀 재미있게 창문은 어때?"
그러자, 정령은 매우 탐탁치 않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틀렸다 뀨!! 넌 역시 타락했다 므... 나 돌아갈래 뀨..."
그러자, 로시마티니가 황급하게,
"물방울 두 개를 더하면 큰 하나가 되어요. 정답은 큰 하나에요. 큰 하나!"
라고 말했다.
정령은 만족한 듯 한 눈치로 말했다.
"넌 순수함 그 결정체다 뀨.. 기분좋아 졌다 므"
정령은 경계심이 조금 사라진 듯 해 보였지만, 아직이었다. 정령은 다음으로 나를 즐겁게 해 보라는 말을 내뱉으며, 너희들과 나의 공통점이 무엇이지-라고 말했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물 그 자체. 우리 몸도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당연하니까.
하지만 그건 아닐 터였다. 처음 조건이 순수함이었던 정령이, 갑자기 과학적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테니.
물과 생명을 연결지어 말하기도, 비눗방울 놀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갑자기, 닉스는 개그를 시전했다.
"허구한날 미안해하는 동물이 뭐게?
그러자, 르누아 아슈가 대답했다.
"오소리..."
어지간히 답답하면 이런 개그를 주고받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 제안한 말에, 다같이 하나되어 손잡고 춤을 추고, 흥얼거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헛된 생각은 아니었다. 세루스, 그녀가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물의 정령은 어설프게, 뀨뀨 소리를 내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신호임을 모두 알아챘다.
한명 한명씩, 잘 부르기도 하고 못 부르기도 했지만, 따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허공에서 물이 솟구치더니 인간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형상에서 곧이어 말이 흘러나왔다.
"반갑습니다. 물의 정령 여왕 샐매나 입니다. 당신들의 순수한 영혼을 확인하고 경계를 풀었습니다."
갑자기 아미르하센이 엉뚱한 말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소금안칠게요. 불쌍한 핑발벽안 아가씨한테 관심없으신가요?"
여왕은 코웃음을 치기라도 하듯, 재미있어하는 목소리로 단칼에 거절했다.
"그런것에는 관심이 없답니다."
본격적으로, 우리가 찾아온 이유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무슨일로 나를 찾아온 것입니까?"
"저희의 동료 미루에티씨를 살려주세요!"
누군가가 입을 열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 아우성쳤다.
"우리를 위해 목숨을 대가로 한 미루에티를 살려야 해요!"
여왕은 아직 전혀 감흥도, 관심도 가지 않는다는 듯, 차갑게 말했다.
"제가 그래야할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우리 케임드웨이브 정령들은 죽음도 삶의 일부라 여겨 존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 니까. 서로 할 수 있다면 돕는거죠."
르누아아슈가 말했다.
"앞서 말했듯이, 미루에티 씨는 동료들을 소중히 여겼고, 살렸으니까요. 전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모두를 통하게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로시마티니가 말했다.
"여왕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순수한 영혼입니다. 모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숭고한 미루의 맑음을 보아 주실 수는 없는 겁니까?"
에릭 또한 말했다.
여왕은 마치 우리를 시험하듯,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녀가 다시 살아난다면 당신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까요?"
마치 서로 마음을 공유라도 하듯, 우리 모두에게는 하나의 마음만이, 하나의 생각만이 들었다.
"이곳의 이들을 위해, 누구보다 먼저 나선 미루에티 님이야 말로 순수함과, 고결함의 상징이라 할 수 있겠지요. 당신, 정령들이 순수함을 존중한다면, 이 미루에티 님의 순수함을 다시 한 번 살펴 기회를 주시지 않겠습니까? 죽음을 존중한다는 것은, 반대로의 기적도 일으킬 수 있으시겠지요. 당신들과 같은 순수함을 가진 이를 위해, 한 번의 소생을 불어넣어 주세요."
내가 말문을 틀었다.
"죽음도 순환의 한 부분이지만, 저희 동료 미루에티는 때 아닌 죽음을 맞고 말았습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실례를 무릅쓰고 도움을 요청하러 왔습니다."
로뎀 티렐이 거들었고,
"우리의 이익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분이 다시 살아 돌아오시는 것 그 자체에요."
로시마티니도 도왔다.
"제 명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가 정해진 생을 따르지 않고 바꾼것은, 물의 순리와도 어긋나지 않습니까?"
에릭도 동일한 생각임에 틀림 없었으며,
"이익을 바라고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닉스는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
"미루는 존재함으로써 이익같은건 이미 치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살아야되.!"
심지어 인간종과는 다른 개념을 가진 존재인 앤조차, 이렇게 말했다.
여왕은 우리에게 동의를 두 번 물었다. 말할 것도 없이, 모두는 당장에 동의했다.
하지만 여왕은 우리를 당장에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하나가 되었군요... 하지만 저도 혼돈의 군단의 침략으로 인해 힘이 많이 부족한 상태 입니다.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러면 그녀를 살려주겠습니다."
"저의 쌍둥이 동생을 찾아 주십시오.. 밖으로 나가 물의표식을 지닌 자를 찾아주시면 됩니다."
이번에 해결하게 된 부탁은, 빠르게 끝났다.
닉스가 셀레나의 유지를 찾았다며, 셀레나가 남긴 주문서를 여왕에게 전달한 것이다.
"미루에티... 슬픔과 아픔은 잊으십시오..."
여왕의 주문과 함께, 그녀의 형상은 무너져, 다시 물방울 하나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미루에티는 깨어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물방울로 변한 여왕 또한 기억을 잃은 듯,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당신들은 누구 뀨...?"
"누구냐.. 혼돈의 군단이냐?? 도망간다...므..."
여왕은 물속으로 사라졌고, 아무리 휘저어도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게냐!! 정령이 우릴 가지고 논것이냐!!!"
지휘관, 셰린느 님도 분노해서 소리질렀고, 우리는 혼란에 빠졌다.
다행히도, 아니 다행일지는 모르겠지만, 셰린느 님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고, 돌아가기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마차에 타서 브리크리덴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고, 우리 모두의 마음은 이 한마디가 대변할 수 있었다.
"쓸쓸한 밤이구나...이정도로 상실감이 큰 밤은 처음이다.."
셰린느 님의 말이었다.
구석에 앉은 셰린느 님은 아르부르드 재정 담당관님을 중얼중얼 욕하다가 마차 벽을 쾅쾅 치고 있었고, 시름에 잠긴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암~ 응???!!!"
정적을 깨는 한마디는,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게서 들려왔다. 그것은 기적이었을까.
미루에티의 소리였다.
"어?"
"미루에티?"
모두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고, 곧이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 침묵도 잠시, 곧 모두는 환희에 차게 되었다. 그렇게 서로 안부와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 미루에티가 휘청였다.
미루에티는 갑자기 깨어나 머리가 아픈 듯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다시 누웠다.
셰린느 님은 정령이 사기꾼은 아니었다며 믿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럽다며 다시 중얼대셨고, 저번 원정대에서도 어디선가 계속 담요가 나왔다는 로뎀 티렐이 아니나 다를까, 미루에티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모두는 브리크리덴 광장에서 기적을 축복하며, 정령을 칭찬하며 헤어졌다. 물의 정령도 우리를 보고 있었던 걸까, 어디선가 뀨 하는 소리도 났다.
정령에다가, 정령 여왕까지 만나고, 게다가 소생의 목격이라. 이번 연차는, 부끄럽지 않고 손해도 아니었던.
나의 인생에 평생토록 기억될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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