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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아르노셀에 뼈를 묻겠습니다! 2화
- 2019.09.2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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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느낌의 작품을 보고싶다면) https://m-toonspoon.service.onstove.com/toonspoon/kr/myInfo/list/view/4074131?direction=latest&listType=3&view_type=COLLECTION&communityNo=1337&card_type=ALL
체리가 지원해 줬습니다.
닭 발톱에 긁힌 하얀 손등 위로 붉은 핏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릿한 상처의 고통보다 더 감내하기 힘든것은 그저 재미있는 꿈으로만 생각하고 즐기려 했던 아르노셀이 선연한 아픔으로 내게 더 이상 ' 꿈 '이 아니게 된 것이었다.
나의, 릴리의 양 뺨을 손바닥으로 짝 소리가 나도록 내리쳤다. 살갖 속을 파고드는 얼얼한 고통에 무엇부터 해야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는다면 죽을 지도 모른다.
내가 손 쓸 틈도 없이, 아니 알았다고 하더라도 바꿀 수 없었을 마계의 문은 열렸고, 전시 태세임을 알리는 북 소리는 비명을 지르듯 높게 울려 퍼졌다. 애써 듣지 않으려 나는 귀를 틀어막고 광장을 가로질러 도망치듯 연합군 초소로 달려갔다.
그래도 불행 중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군인들의 사기는 높았고 아직까지는 고블린에 의해 닭 수송 마차가 부서진 거 말고는 표면으로 와닿을 만큼 큰 사건은 없었다.
릴리의 막사 문을 열었다. 아늑한 방, 릴리의 조용하고 학구열 높은 성격에 맞게 방 안에는 간이 침대와 서랍, 책상과 책이 빼곡하게 꽃힌 작은 책장, 그리고 백합 꽃 한 송이가 담긴 화병이 전부였다.
" 릴리가 이런 데서 살았구나, 방까지는 크게 생각 안 해봤었는데 아늑한 것 같네. "
방 안을 가만히 둘러보다가 아마도 아르노셀의 언어로 적혔을 책 표지를 넘겨보았다. 커뮤 안의 세계라 그런지 낮선 글자 였음에도 마치 누가 옆에서 해석이라도 해주는 것 처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 책의 내용은 고스란히 내 머릿 속으로 들어왔다.
세 여신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르노셀의 건국 전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저 밖에서 오너로 관전 했을 때는 차마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 떠올랐다. 수인이나 엘프, 몬스터가 존재한다면 여신도 실존할 확률이 큰데 어째서 여신은 마계의 문이 열린 것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가.
정말로 여신이 원하는 것이 아르노셀의 붕괴일까? 아니라면 혹시 현실에서 행했던 것 처럼 처음부터 여신은 없었고 백성을 좀 더 다루기 쉽고 보상을 덜 주어도 그 자체에 만족 할 수 있도록 권력자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권능이 아닐까,
손 끝에 닿는 부드러운 종이의 질감이 현실임을 깨닫게 해주어 괜스레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랫 입술을 지그시 물고서는 책장을 덮었다.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서랍 문을 열어보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여벌의 군복과 한 자루의 칼, 그 외에는 잡다한 깃펜이라던가 양피지 정도 뿐이었다.
칼을 잡아 꺼내고는 칼 자루를 쥐고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건지, 다른 가죽이랑 다르게 좀 더 빳빳하고 질겨보이는 검집에서 천천히 뽑아 올려보았다. 날이 선 양 검날, 그 안으로 내 얼굴이 비쳤다.
크고 사랑스러운 사파이어를 닮은 눈, 뽀얀 피부에 꽃이 핀 듯 불그스레한 양 뺨과 입술, 인형 같은 생김새의 가슴께 까지 오는 연갈색 웨이브 헤어. 내가 볼 때 내 딸 릴리 외모 스텟은 100으로 따지자면 한 120 쯤 찍은 것 같다. 새삼스럽게 만족감이 들어 씨익 입꼬리 올려 웃고는 그대로 검을 소중히 손에 꼭 쥔 채로 문 밖으로 나갔다.
무작정 검술 연습을 하다보면 열정이라던가 무언가가 늘기는 늘겠지,
내가 검을 허공에 허우적 거리는 것을 다른 군인들은 왜 저러나 싶은 눈으로 쳐다보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나는 살아 나가야할 힘을 키워야 하기에 쪽팔림 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서 계속하여 검을 내둘렀다.
.. 그런데 아까 그 군인,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 ..! 어?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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