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 에 대한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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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브릴 손이 저절로 움직여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은 사실상 내 의지에 의해 쓰인 글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현실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초월적 힘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이란 결국 덧없는 환영들의 총합이 아닌가? 모든 것이 허상과 같으며 눈 한번 감았다 뜨는 사이에 걷어치워질 의식의 허황된 반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내게는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일체의 사물이란 결국 거대한 허무로부터 비롯된 망령된 허상의 일시적 조화로서 있을 뿐이며 최후에는 끝내 본연의 무로 되돌려지고 말 것이다. 내가 학술원에 소속되어 심연의 힘에 관한 연구 임무를 부여받은 것도 돌이켜보면 순전히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관에 소속되고 매일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내가 자의로 한 일은 무엇도 없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심연의 힘을 응축시켜 그를 관찰하기 위한 구체를 중심에 둔 어둑한 실험실에서 나날을 보냈던 것은 결국 나의 의식을 조작한 다른 누군가가 나를 이곳으로 끌어들이며 벌어진 일이라고 봐야 할 일이리라. 누군가는 대륙을 지배할 권력에 대해 말하고 다른 누구는 적대세력에 파멸을 불러올 막대한 힘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내게는 그 모두가 허황된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이 모두가 심연과 허무의 영역에 숨은 초월적 힘이 만든 환영에 지나지 않을진대 누가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얼마쯤의 권세며 명성을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는 결국 우리가 결코 가 닿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차원에 있는 절대적인 누군가가 만든 꿈 속에서 헤매고 있을 뿐이며 우리의 일생은 그의 의지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로부터 벗어나고자 헛되이 버둥거리나 결코 벗어날 수는 없는 채로 망령된 생애를 이어나간 끝에 결국 저항할 수 없는 채로 스러져갈 운명에 놓일 뿐인 것이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해될 수 없는 언어로 말하고 있으면서도 내 의식을 지배한 채 영영 귓가에서 울리고 있는 목소리. 목소리는 머잖아 닥쳐들 최후를 예고하고 있다. 뜻을 알 수 없으나 생생한 현재로서 다가들고 있는 환상을 통해 나는 전언의 내용을 알아차릴 수 있다. 구체 앞에 선 내가 번져든 어둠에 휘말려 사라져가는 순간을 나는 본다. 초월적 힘은 결국 나를 집어삼켜 내 보잘것없는 일신마저 그의 손아귀에 넣고 말 모양이다. 불확126374597작가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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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버전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 네이버 나눔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001 대영웅과 마녀 The Great Gholitte and White Witch 작자 미상 보아라, 음유시인의 선율에 새겨질 보아라, 옛 이야기의 고된 양피지를 긁을 깃펜의 주인공을. 붉은 머리칼은 사자의 갈기처럼 태양빛으로 솟아 뻗고 새까만 눈은 구렁텅이처럼 응시하며 억센 두 팔과 손은 사자의 아가리와 같고 굵은 두 다리와 발은 고양이의 꼬리처럼 날래다네 하지만 다 얻은 것 같은 그도 슬프다네 사악한 마법사가 그의 딸을 속여 훔쳐냈고 그의 칼은 마법사의 팔뚝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네 허접한 노래꾼의 비루한 류트처럼 부서지고 비루한 난봉꾼의 허접한 나무잔처럼 깨져버린 아아, 대영웅 골리테의 젊은 시절이여 아아, 대영웅 골리테의 고된 시련이여 대영웅은 핏줄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에 탄식했다네 그는 전장의 승리에 취해 딸을 돌보지 않았다네 그는 영웅이고, 승리했지만, 굴러떨어졌지 하나뿐인 딸을 잃은 그는 길고도 아름답던 붉은 머리를 잘라냈다네 적장의 목을 꺾고 얻은 화려한 검을 녹여 뭉개버리고 흉칙하게 변한 검을 들고 집을 나섰네 대영웅은 다른 마법사를 찾아나섰다네 새하얀 밀랍의 마녀가 그를 돕겠다 일어났네 밀랍인형같은 흰 피부, 불꽃이 지피어진 회색의 눈 갓 내려 밟지 않은 첫눈같은 머리칼, 고아하고도 매혹적인 여린 몸 밀랍의 마녀는 초가 꽂힌 지팡이를 휘둘렀고 샛노란 불꽃으로 대영웅의 길을 밝혔네 모두가 잊어버린 이야기를 모두가 잃어버린 오솔길을 마녀와 대영웅은 헤쳐나갔네 속까지 시커매진 가시나무를 태워내고 일흔 일곱 개의 눈을 가진 거인의 목을 베었으며 백 서른 두개의 다리를 가진 불꽃지네의 다리를 모조리 꺾었다네 하지만 아직 검은 숲 너머 마법사에게 닿으려면 더더욱 모진 시련을 감내해야만 했다네 아아, 여기부터는 어린아이여 나가시게 아아, 이곳부터는 연약한 이여 나가시게 끔찍하고도 추악하며,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서사시 대영웅과 마녀의 이야기라네. 맞네, 그들이 그로브닐 고산을 건널 때쯤 지금은 아득히 멀 옛날이라 어디인지도 잊혀진 그곳을 지날 때쯤 흉악하고도 흉측한 진흙 피의 자손들이 나타났다네 새까맣게 썩은 진흙의 손발톱을 휘두르고 마녀의 가슴을 긋고, 대영웅의 왼팔을 끊어냈다네 밀랍의 마녀는 흘러내리는 피를 태웠고 대영웅 골리테는 흘러내리는 피로 칼을 적셨지WATERS1991작가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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