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 속에 파묻힌 그가 힘겹게 눈을 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밤, 위브릴의 하늘 위에서 모든 걸 삼키듯 검은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결국...막지 못했나...'
떨리는 손을 뻗어 어둠의 중심을 가렸다.
하지만 손으로 가려도 저 커다란 암흑 속에서 일렁이는 기운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가빠오는 숨소리와 피로 번진 눈만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위브릴의 두 번째 겨울이 찾아오면서 기사단과 마탑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마을을 습격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브릴의 계절 중 4분의 3은 겨울이었기 때문에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온 몬스터와 짐승의 습격이 잦았고 두 번째 겨울이 지나면 몬스터들이 흉포해져 마을마다 기사단과 마법사들이 몬스터 토벌을 위한 출정을 가기도 했다.
"가렌경!"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가렌은 뒤를 돌아봤다.
마탑의 수습 마법사인 세이브릴이었다.
"세이브릴님? 무슨 일이십니까?"
세이브릴은 가쁜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폈다.
"휴...가렌경도 아실 거에요. 이번 2번 째 겨울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요."
"예, 확실히 이번 겨울은 예전보다 몬스터의 습격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세이브릴은 가렌의 물음에 뜸을 들이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무래도...저희 왕국의 중심부에서 어둠의 기운이 감지되는 것 같아요."
"어둠의 기운이라면 폐하를 말씀하시는 게 아닙니까? 위브릴 최고의 흑마도사이시니 말입니다. "
이미 여러 나라에서도 흑마법을 사용하고 있었고 위브릴의 왕인 디아산스 위브릴 또한 흑마도사였기 때문에 어둠의 기운이란 흑마법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흑마법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세이브릴이 더 가까이 다가와 가렌의 귀에 손을 올렸다.
"마계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어요."
"마계엡..!"
당황하며 말하는 가렌의 입을 세이브릴이 막았다.
"쉿! 그 단어는 조금 조용히 말해 주세요."
세이브릴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