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산’으로 향하는 열차.
비좁은 객실 통로 사이로 짐 꾸러미와 무기가 가득했다. 그 생김새는 각 지역의 대장술과 발견되는 금속에 맞게 다양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지만, 모두 한결같이 날카롭게 연마된 검자루들과 방패는 여행길에 오르는 수많은 영웅들의 결의를 증명하는듯 했다.
“잠시만요, 조금, 지나갈게요.”
그들의 무장 사이로 좁은 통로를 어렵게 뚫고 지나가는 한 사람. 그의 모습은 열차에 탑승해있는 용병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여러 짐승의 모피로 얼굴까지 덮고 있던 그는 장비를 차고 지나갈 때마다 용병들의 잔소리가 등 너머로 무섭게 날아들어왔다.
“장사꾼이군.”
“마물들이 전역을 공격하고 있는 마당에 편하게 돈이나 긁어모으고 있다니. 속물이군그래.”
그는 용병들의 험담에 얼굴을 찌푸리며 나아갔다.
“잠시 뒤에 ‘카리산’으로 향하는 열차가 출발합니다. 승객분들은 모두 객실 번호를 확인하신 후에 착석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이 열차는 ‘카리산’으로 향하는 열차이며,,,"
“저기요. 스물 여섯 번째 객실은 어디죠?”
승무원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당연한 것을 모르느냐고 경멸하는 눈짓으로 복도의 끝 쪽을 가리킬 뿐이었다.
“바쁘니까 어서 객실로 향해주세요. 출발하다가 자빠지기라도 하면 곤란해요.”
열차의 출발음이 들리고 나서야 그는 겨우 객실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는 순록의 모피로 몸을 두르고 있는 용병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혹시나 자고 있을 새라, 조용히 짐 꾸러미를 바닥에 내려놓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는 문득 창문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 많은 용병들이 어째서 ‘카리산’으로,,,?”
그의 눈앞으로 천천히 속도를 내며 스쳐 지나가는 ‘나우르’의 전경은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용병들로 인산인해였다. 추운 겨울날, 폭설이 내리는 정거장에서 하얀 입김을 뿜으며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그들은 국경을 넘어 찾아오는 ‘위브릴’의 마물들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전사들이었다. ‘나우르의 굳건한 방패’로 불리던 용맹한 그들이 어째서 ‘카리산’으로 향하는지, 그는 들어본 바가 없었다.
“장사꾼이군.”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고 있던 그에게 마주 앉아있던